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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아멜리아's senselix

<그레이스>그토록 아름다웠던 여성 살인범, 리뷰

by A아멜리아 2024. 1. 2.

                                  Alias Grace, 19세기 캐나다를 들썩이게 만든 아름다운 살인범 그레이스

캐나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여성 살인범인 그레이스 막스의 실화를 바탕을 둔 소설 '알리아스 그레이스'.

캐나다 여배우 사라 가돈 주인공

 

아름다운 살인범 알리아스 그레이스, 아름답지 못했던 그녀의 인생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그레이스를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그레이스'는 16세의 어린 나이로 살인 사건 종신형을 선고받은 아름다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드라마의 첫 시작은 수많은 아일랜드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는 가난한 가정의 그레이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많은 인파로 가득 찬 배 안에서 북아메리카에 도착하기까지 비위생적인 생활을 해야 했던 그레이스의 엄마는 죽게 되고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당시 아일랜드는 1845년부터 1852년까지 대규모 기근으로 인하여,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가난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아메리카로 향하는 배에 탑승하게 된 것입니다.

 

때는 1859년 그레이스가 킹스턴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15년이 되던 해 정신과 의사 조던 박사는 그레이스의 사면 검토를 위해 그녀를 직접 만나러 옵니다.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레이스는 다른 여성 범죄자들과는 다르게 교양 있고 선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그녀의 사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그녀가 부분적인 기억 상실증에 걸려있다는 것입니다. 조던 박사는 그레이스에게 자신을 좀 더 믿을 수 있는 인상을 심어주어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감옥이 아닌 교도소장의 저택으로 장소를 옮겨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기록해 나갑니다.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늘 폭언을 일삼고 가족을 돌보지 않아, 그레이스가 대신해 부잣집 하녀로 취직하며 돈을 벌어 생활합니다. 부잣집에서 하녀로 일하며 만난 친구 메리를 만나게 되고 그럭저럭 적응하며 하녀 생활에 적응합니다. 하지만 그 집의 장남이 친구 메리를 임신시키고, 메리가 낙태하는 도중 많은 피를 흘려 그녀는 그렇게 그레이스를 떠나갑니다. 이후, 부잣집 장남은 그레이스에게 접근하며, 그레이스를 가만히 놔두질 않습니다. 그렇게 견딜 수 없는 생활을 하던 그레이스는, 때마침 자신을 눈여겨 본 낸시라는 여성이 그레이스에 자신의 집의 하녀로 와달라 요청하면서 두 번째 집에서의 하녀 생활을 시작합니다. 낸시는 키니어 씨 댁에서 하녀 생활을 하다가 집주인과 가까워지며 안주인 행세를 하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렇게 못마땅한 안주인 행세를 하던 낸시는 임신을 하면서 낸시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던 다른 남성 하인 맥더못의 심기를 지속적으로 건드리게 됩니다. 그레이스는 평소 낸시에게 같은 하녀이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안주인 행태에 불만이 있었지만, 그녀를 죽이고자 하는 맥더못과 함께 하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조던 박사는 그레이스와 만나면 만날수록 그녀에게 이성적으로 끌리면서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끌림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더군다나, 맥더못과는 사뭇 다른 진술에 많은 혼란을 느낀 조던 박사는 신부님의 추천으로 그녀에게 제롬 뒤퐁 박사의 최면술을 권하게 됩니다. 그녀는 최면술에서 또 다른 자아로 들어가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살인을 했고 그레이스는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하며 조던 박사를 혼란의 폭풍 속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미래 남편"J"  그리고 그레이스의 손금

첫 번째 부잣집 하녀 생활을 하던 중, 그녀의 첫 절친인 메리를 만납니다. 어느 날, 메리는 사과 껍질을 길게 깎아 뒤로 던지면서 보이는 알파벳이 미래의 남편이 누구인지 알려준다는 말을 합니다. 그레이스는 사과 껍질을 곱게 깎아 뒤로 던졌는데, 그녀와 메리의 시야에 들어온 알파벳은 "J"였습니다. 이 장면은 훗날 그레이스의 남편이 누가 될지 보는 이로 하여금 열린 해석을 하게 하는 첫 번째 암시입니다.

 

그렇게 하녀 생활에 적응해가던 그레이스는 보따리장수 제러마이어를 만나게 됩니다. 제러마이어는 하녀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방문시마다 판매를 하던 장사꾼입니다. 그레이스는 단추 4개를 구매하게 되는데, 제러마이어는 하나 더 건네주며 5개가 운이 좋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그레이스의 손금을 살며시 보더니, 복잡 미묘한 말을 던집니다.

 

"너 앞엔 험난한 바위가 있어.", "물을 세 번 건너고 곤경에 처하게 돼.", "하지만 결국 괜찮아질거야". 

 

재밌는 사실은 영화 안에서 그레이스에게 염문을 품는 남자들 모두 알파벳 "J"로 이름이 시작한다는 것과 제러마이어의 미묘한 말은 영화 결말을 해석하는데 우리로 하여금 열린 해석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해석한 제러마이어의 말의 뜻은 "네 앞엔 험난한 바위가 있어." = 살인범의 궁지로 몰린다. "물을 세 번 건너고 곤경에 처하게 돼."= 아일랜드에서 북아메리카로, 첫 번째 부잣집 하녀 생활에서 두 번째 집으로의 이사를 하며 낸시를 죽였다는 살인죄를 갖게 된다는 것, "하지만 결국 괜찮아질 거야" = 모든 것이 명료하지 않지만 결국 그레이스가 풀려나 그녀를 사형수로 복역하도록 결정적인 증언을 한 남자를 용서해주고 살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문이 남는 결말, 하지만 쉽사리 놓지 못할 미래 남편 "J"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려운 역할을 당차게 연기 해낸 배우 사라 가돈의 팬이 되었다. 그도 그런 것이 굉장히 복잡 미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역할은 이 사람이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나로 하여금 드라마를 중간에 끊지 못하게 하는 몰입력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녀가 피해자인가 피의자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한 가난한 아일랜드계 여성의 인생에 대해 조명해 보게 되었다. 내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생활을 해보기도 했고, 그 속에서 아이리시들이 보여준 자신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직접 느껴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인들이 당대 기근을 통하여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버리고 북아메리카로 이주하면서 겼었을 어려움과 아픔이 내 마음속에 더 그려졌기 때문이다. 세계를 막론하고 제국주의에 가담하지 않았던 국가들은 당대 힘 있는 국가로의 이주를 통해 차별받으며 생활해야 했고, 그 사실을 기반으로 미국/캐나다 곳곳에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타국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굳건히 가지고 사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하녀라는 직업의 위치상 벗어날 수 없었던 차별과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여성이 이 집 저 집을 전전해야 했던 생활상. 절친한 친구 메리의 죽음의 아픔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레이스의 정신적인 혼란. 그런 그녀와의 대화에서 그녀에게 빠져버린 조던 박사와 그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가 보인 직업적 이성적인 판단이 가려져가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사뭇 나로 하여금 미래 남편 "J"가 조던 박사이길 바라는 감성적인 접근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아마도 나 또한 조던 박사처럼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 만큼 그녀에게 빠졌던 것 같다.

 

조던 박사를 연기했던 남자 주인 에드워드 홀크로프트가 말했던 것 처럼 그녀는 모든 시청자들을 그녀의 거미줄에 걸려들게 만들 흡수력을 지닌 사람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