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uernsey Literary&Potato peel pie society, 시대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해리 포터와 불의잔, 아이언 마스크의 감독 '마이크 뉴웰' 감독/ 줄리엣 애슈턴, 미힐 하위스만 주연
우연히 받은 편지로 만나게 된 희망 공동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일하게 독일에 점령되었던 영국의 영토, 건지 섬은 영국 해협에 위치해 있다. 주인공인 줄리엣은 런던에서 2차 대전 당시 전쟁에 대한 칼럼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건지 섬에 사는 돼지 기르는 농부인 도시 애덤스라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한 통 받는다. 도시 애덤스는 줄리엣이 가지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라는 책을 중고로 샀는데, 건지 섬의 서점에서 찰스 램의 또 다른 책을 구할 수 없어 부탁하고자 함이었다.
아무개인 사람에게서 받은 편지이지만 줄리엣은 도시 애덤스와 지속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북클럽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편지를 통해서 도시 애덤스는 줄리엣에게 북클럽의 배경을 알려주게 된다. 당시 영국에서 유일하게 점령당한 건지 섬 주민들은 식량이 많이 부족했고, 야간에는 통행 금지까지 당하고 있는 터, 한 주민이 몰래 기르던 돼지를 잡아 이웃 주민들을 초대해 돼지고기를 먹고 같이 시간을 보내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총든 독일군들에게 적발되면서 급하게 둘러댄 이름이 북클럽의 이름, 감자껍질파이가 되었다.
졸지에 만들어진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실제로 주민들로 하여금 함께 독서를 하며 어두운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희망 공동체가 된다. 줄리엣은 직접 건지 섬으로 가 도시 애덤스에게 도시가 찾던 책을 건네면서 이 독특한 이름의 북클럽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따뜻한 독서회를 함께 가지면서 어두운 시기를 함께 이겨내는 사람들을 직접 보면서 줄리엣은 이 북클럽에 대한 글을 쓰리고 결심한다.
이 영화는 건지 섬의 북클럽을 통해서 희망 공동체적인 면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북클럽 이름을 처음 만든 엘리자베스의 독일군 장교와의 사랑도 함께 녹여내면서 전쟁 중에 일어나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는 와해되어야 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수용소에서의 나치의 악랄한 점도 보여주지만, 그 속에 개인으로서의 선한 사람들(엘리자베스의 남자애인)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의 애인은 적군에 속해있는 사람들이지만, 건지 섬사람들을 따듯하게 잘 보살폈고 엘리자베스와의 행복한 사랑을 꿈꾸지만, 어린 유대인 죄수를 도와주려던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함께 보여주면서 전쟁이 낳는 아픔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건지 섬 주민들의 애환을 드러낸다.
감자껍질파이의 의미, 맛있긴 할까?
영화 제목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보면 건지/북클럽에 집중되기보다는 영국의 감자껍질파이는 어떤지 궁금할듯싶다. 실제로 영국 생활을 하고 있는 나지만 직접 먹어보진 못했다. 다만, 맛없는 음식의 나라로 유명한 영국인 이상 영화를 보내는 내내 상상되는 맛은 입맛을 다지기에는 역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감자껍필파이가 갖는 의미는 음식 맛 그 이상이라 생각한다. 엄청난 해군의 위력을 보유하고 제국주의를 시작한 영국이지만 강력한 사상을 사람들에게 심어 시작된 나치의 2차 세계 대전 속에서 전쟁의 아픔을 피할 수 없었기도 했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독일군에 점령된 영국의 건지 섬 주민들은 전쟁을 겪는 타 국가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식량 부족과 나치 독일군에게 핍박받는 시대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국과 가까운 이웃 나라 아일랜드에서부터 시작된 감자에 대한 사랑은 전쟁 중에 건지 섬 사람들의 값진 식량 원조가 돼 준다.
또한, 북클럽에서 함께 어려운 시기를 공유하고 이겨내는 줄리엣과 주민들 사이의 따뜻한 유대 관계를 형성해 주는 책과 같은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비록 서양에서 겪은 세계 전쟁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현대에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양상과 그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시민들의 아픔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현재 넷플릭스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인 '경성 크리처'가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 국가의 강력한 사상 교화와 경제/정치적인 목적이 가미되어 행해지는 전쟁은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건 말건 시작된다. 한국은 일본의 핍박을 받으면서 세계 제국주의에 희생되었다. 한국인은 왕도 나라를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나누고 함께 이겨내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나라의 이름을 지키게끔 하였다.
서양은 개인주의 아시아는 전체주의를 지양한다고 하지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묘사되는 작은 공동체의 움직임은 어느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집단이 공유하는 전체적인 희망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동시대를 아우르는 힘 있는 문화와 사상임을 보여준다. 나는 이 영화를 몇 년 전에 접했지만, 우리나라가 지양하는 전체주의적 희망의 힘을 보여주고 있어 정말 인상 깊게 보았다. 영자로 된 책을 구매해서 지금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지만, 영어라는 언어 속에서도 다른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유사한 표현과 문화, 사상을 느끼게 되면서 같은 시대를 창조하고 살고 있는 인간은 유사한 감정과 생각을 함께 느낀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경성 크리처'에서 느끼는 아픔을 이 영화를 통해 희망과 행복으로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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