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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아멜리아's senselix

<라스트 나잇 인 소호>아름다운데 무서운 소호의 밤, 리뷰

by A아멜리아 2024. 1. 21.

                        Last night in Soho:라스트 나잇 인 소호, 반전의 반전을 낳은 소호에서의 마지막 밤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에드거 라이터
                                                     출연: 토마신 멕켄지, 안야 테일러조이, 맷 스미스 등

이 영화를 서스럼없이 클릭해서 보게 된 것은 신예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호빗:다섯 군대의 전투>에 출연했던 토마신 멕켄지와 <23 아이덴티티>,<퀸스 갬빗>에 출연하여 열연 연기를 펼쳐 우리의 눈에도 익숙한 배우 안야 테일러조이의 조합이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상깊었던 점은 정말 아름답고 이상한데 무섭기까지한 호러물이라는 것이다.

 

서울 드림을 꿈꾸던 지방에서 올라온 디자인과 학생

돌아가신 엄마와 같이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주인공 엘로이즈 터너. 현재는 할머니와 함께 영국의 시골에 살고 있다. 할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영국의 60년대의 음악과 패션을 많이 좋아한다. 엘로이즈의 자살한 엄마의 환상을 거울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식스 센스 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꿈에 그리던 런던 패션 대학 진학 통보 허가를 받으며 런던 드림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할머니와 헤어지고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은 굉장히 무섭고 험한 곳이라는 사람들의 말이 진실이었을까?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마딱드린 런던 사람들은 그녀를 힘들게 한다. 성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택시 기사부터 기숙사에서 만난 일진 룸메이트까지, 그녀는 결국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여성 전용 원룸을 구해 나온다. 그곳은 콜린스라는 아주머니께서 운영하던 곳으로 엘로이즈가 구한 방은 건물의 제일 위층이었다. 옆 건물의 간판에서 나오는 빨간/파란 불빛이 비치는 공간은 예술적인 면모를 가진 엘로이즈의 마음에 쏙 드는 방이었다.

 

그녀의 식스 센스급 능력 탓이었을까, 첫날 잠에 든 엘로이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60년대로 타임슬립을 하는 꿈을 꾸게 된다. 거리를 돌아다니던 그녀는 어느 클럽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거울을 보자 분명 거울엔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만 현실에선 알렉산드라라는 또 다른 여자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꿈속에서 알렉산드라가 된 엘로이즈는 현실에서 내성적인 자신과는 다르게 가수를 꿈꾸며 화려한 삶을 찬양하는 알렉산드라에게 매료된다. 그녀는 클럽의 매니저 잭에게 접근해 직접 클럽에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런던의 60년대의 화려함이 담긴 춤을 선보인다. 그런 그녀가 입은 핑크색드레스를 모티브로 꿈에 서 깬 엘로이즈는 학교에 가서 디자인하며, 알렉산드라의 삶을 동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품고 꿈을 꿀 수록 엘로이즈 눈에 그려지는 알렉산드라의 삶은 그녀가 정말 원했던 멋진 가수가 아닌, 남자들에게 선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클럽의 매출을 올려주는 직업일 뿐이었다. 알렉산드라의 맑았던 눈과 행복한 얼굴은 사라지고 매일 똑같이 그녀의 이름을 묻고 아름다운 이름이라는 말을 끝으로 그녀의 몸을 탐하는 남자들과의 생활이 하루의 끝이었다. 엘로이즈의 마음은 이미 알렉산드라와 하나가 되어 현실 속에서도 알렉산드라를 괴롭히는 남자 손님들의 환영에 시달리게 되고, 알렉산드라가 누워 있는 자신의 방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그녀에게 그런 삶을 벗어나라고 외치지만 그건 꿈에서 단지 엘로이즈만이 알렉산드라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닿지 않는 한계였다.

 

 

너무 아름다워 해피 엔딩일 줄 알았지만, 공포 엔딩

알렉산드라의 겉보기에 화려한 삶의 뒤에는 척박한 그녀의 우울한 삶이 깔려있었지만, 현대의 엘로이즈 외에도 그녀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존재했다고 하면 다행인 것일까. 하지만 꿈속에서 그 형사의 존재는 미비했다. 결국 알렉산드라는 포주꾼 잭의 집착과 같은 관리하에 가위에 몸 군데군데 찔려 죽음을 맞이하는 엘로이즈의 침대 위를 끝으로 엘로이즈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잠에서 깨어난다. 이후 엘로이즈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바에서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젊었을 적 여성들의 인기를 받으며 수많은 여성들을 관리했다는 할아버지를 잭으로 착각하여 추궁한다. 알렉산드라를 죽인 범인으로 펍에서 뛰어나와 그녀를 쫓아가던 그녀의 눈앞에 할아버지는 미처 보지 못한 차에 치이며 누군가가 눈앞에서 죽는 두 번째 경험을 하게 된 엘로이즈는 그렇지 않아도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다니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남성들의 환영들에 의해 미쳐가는 그녀의 정신은 절정적으로 치닫는다.

 

그 할아버지는 잭이 아니었다. 바 주인 린지는 그가 소호의 환락가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이었음을 뒤늦게 전달해 준다. 그가 바로 알렉산드라에게 환락가에서 벗어나라고 조언을 해준 형사였던 것이다. 엘로이즈는 겨우 붙잡고 있던 멘탈이 무너지며 할머니에게 곧장 전화해 런던을 떠나 할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빨간 공중전화에서 말한다. 그런 그녀를 향한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할머니는 당장 데려올 수 없어 난감해지던 찰나에, 학교에서 항상 그녀를 걱정하고 도와주던 이성 친구 존이 나타나 그녀의 이사를 돕겠다고 한다. 엘로이즈는 알렌산드라의 몸을 탐하던 환영으로 가득찬 그녀의 방으로 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얼른 그곳을 벗어나 비정상적인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하숙집으로 향한다. 지속적으로 그녀를 따라다니며 공포심을 심어주었던 환영이 가득하고 알렉산드라가 죽음을 맞이한 방으로 가려 하니 두려웠던 엘로이즈는 존에게 15분 뒤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꼭 건물 안으로 들어와 확인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차의 문을 닫고 걸어간다.

 

엘로이즈는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레 떠나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집주인 콜린스 아주머니에게 전한다. 콜린스 아주머니는 괜찮다며 그녀를 다독여주고 엘로이즈가 알렉산드라의 죽음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들렸던 점을 경찰들이 집을 방문해 알게 되었다며 이야기 해주는데, 그것이 이야기가 공포 엔딩으로 바뀌는 반전일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그래, 샌디(알렉산드라의 가명)는 그 방에서 죽었지. 그녀는 그 방에서 100번은 죽었을 거란다".

 

디지털 기법이 가미된 화려한 호러 영화,현대에도 지속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화려한 조명과 런던의 경치 아래 잠시 이 영화가 호러 영화인 점을 잊게 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너무나 아름답게 조명되었던 첫 알렉산드라의 등장 신과 어여쁜 엘로이즈가 다니는 런던 패션 대학은 영국하면 떠올리는 환상을 충분히 담아냈다. 사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 영국은 산업 혁명이 일어난 나라답게 지속적인 경기 호황을 느끼고 있던 시대는 아니었다. 제국주의 시대가 끝나고 식민지들이 독립했을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영국의 대외적 영향력은 축소되었고 어려운 경기를 맞이하고 있던 시기였다. 화려한 영국의 해는 지고 있었지만 보다 빠른 산업혁명과 영국의 화려했던 대영제국이었던 시절에 흠뻑취해서였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런던에서의 삶은 굉장히 휘황찬란해보였다. 그도 그런 것이 패션 디자인과 학생인 엘로이즈를 배경으로 화려한 무대 위의 가수를 꿈꾸던 아름다운 여성 알렉산드라를 주인공으로 반짝이는 조명 아래 나타나는 영국의 환락가와 알렉산드라가 직접 추는 댄스와 엘로이즈 방안으로 밤마다 비치던 빨간/파란 간판 불의 표현은, 감독 에드거 라이터와 연출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화려하고 아름다운 호러 영화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엘로이즈가 알렉산드라의 삶을 피폐하게 물들였던 남성들의 환영을 보는 내내 알렉산드라의 하루하루 힘들었던 삶이 느껴져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호러를 느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잭이 '넌 내꺼야'하면서 침대 위의 알렉산드라를 집어삼켜버리려는 그 장면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여성의 자유로운 삶을 향한 몸부림이 연예인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기도 하다. 빨간 레드 카펫 위에서 항상 아름다움과 멋짐을 선보이는 연예인들은 그들을 직접적으로 가두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인터넷에서 눈을 부릅뜨고 그들의 행동과 말에 비난을 일삼으며 사는 댓글러들이 얼마나 많은 알렉산드라를 현대에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고 이선균 배우의 뉴스는 연예인이라는 명목하에 근거 없이 이행된 마약 수사와 단편적으로 그를 깍아내리기 위해서 집약된 언론 플레이, 유튜브에 마구잡이로 공개된 사생활은 누구 하나 알렉산드라를 괴롭히던 잭과 남성들이 아니라는 근거 없는 아우성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