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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아멜리아's senselix

<경성크리처> 나쁜 괴물은 없다, 리뷰

by A아멜리아 2024. 1. 21.

출처: 나무위키

 

                               Gyeongseong Creature, 경성크리처: 시대가 만든 괴물, 나쁜 괴물은 없다.

크리처: 생명체, 피조물 등을 뜻하는 단어. 조물주가 창조한, 창조주에 대비되는 살아 있는 존재를 가리킨다.<나무위키>

 

만주에서 경성으로, 한 제국이 만든 괴물

이야기의 시작은 어둠이 깔린 시대 1945년의 봄을 배경으로 한다. 감옥 안에서 물고문을 받고 있는 한 남자가 카메라에 잡힌다. 남주인공 장태상(박서준)은 태어난 조국이 이미 일본 제국의 치하에 통치를 받고 있던 시대였다. 그에게는 오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추억이 짙지 않다. 그도 그런 것이 눈 떠서 처음 본 세상에서 이미 그의 부모는 일제 군대에 끌려가고 어머니가 고문 받는 감옥 앞에서 하염없이 그의 어머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눈 오는 날이 가장 강력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이부터 일제 통치하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고, 성인이 된 그는 경성에서 제일가는 전당포를 운영하며 부를 축적한다. '경성의 모든 정보는 장태상을 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인맥과 정보에 대한 힘으로 호가 호식한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비밀리에 애국단 활동을 하던 애국인들과 달리 그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런 그의 삶에 대한 방향을 바꾸는 한 여성이 나타나는데, 그녀가 바로 만주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이다.

 

일본군은 만주에서부터 이어져오던 인간형 크리처 실험을 경성 옹성 병원에서 계속해간다. 크리처 실험을 위한 희생양으로 많은 한국 민간인들이 잡혀져 들어오고, 그 외에도 잡혀온 이들은 마루타 실험(731부대)을 위해 이용된다. 이런 일본군의 만행은 바깥으로 세어 나갈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군대라는 보수적인 집단에 의해 철저하게 비밀리에 옹성 병원 지하실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만주 토두꾼 윤채옥은 아버지와 함께 만주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찾으러 경성에 왔다. 그녀는 경성의 최고 정보꾼으로 통하는 장태상을 만나 어머니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려 하지만, 어머니의 행방은 장태상이 자신의 전당포를 지키기 위해 일본 경찰의 개인적인 협박에 의해 밝혀진다. 장태상은 일본 경찰 이자카와의 애첩 아키코를 찾던 중,  장태상의 의뢰를 받은 윤채옥과 아버지는 그녀가 옹성 병원에 있단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와 장태상의 의뢰를 마무리하고 어머니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얻어 갈 터였다. 하지만 그녀와 장태상, 아버지는 옹성 병원 지하실 안에서 괴물의 모습을 한 크리처를 만나게 되고, 누구든 간에 분별없이 촉수로 사람들을 죽여 뇌를 먹는 크리처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또한, 일본군과 싸워서 아키코를 데리고 나가는 게 최초이자 최종 목표였던 장태상은 지하실 안에서 마루타 실험으로 희생된 한국인들의 얼굴과 그들의 장기 기관이 보관된 모습은 크리처의 존재를 넘어서 그가 지니고 살았던 '나부터 잘 살면 된다.'라는 신념이 뿌리 깊이 흔들리게 된다. 

 

아키코(명자)를 무사히 데려나와 이자카와상에게 건네 준 장태상 부대는 경성으로 돌아가지만, 장태상은 옹성 병원 안에서 모든 이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이를 알게 된 윤채옥은 그가 살아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장태상이 이자카와상에게 협박 받은(벚꽃이 지기 전까지 아키코를 찾아와야 장태상이 운영하는 전당포를 그대로 나둔다는)시간이 지난다. 그 와중에 아키코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자신의 뇟속으로 기어들어간 나진으로 인해 또 다른 크리처로 변모하게 되고 드라마는 극으로 치닫는다.

 

출처:나무위키

인간이 괴물로, 인간은 괴물이다

크리처를 탄생시킨 3인으로 꼽히는 인물은 옹성 병원의 원장으로 있는 이치로(현봉식), 유키코 마에다(이자카와의 아내), 가토 중좌(최영준)이다. 옹성 병원은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철저한 감시 아래 운영되고 있는 병원을 둔갑한 일본의 실험실이었다. 이치로 원장은 크리처 실험의 주요 발기인이기도 하며, 연구팀과 군, 그리고 후원자인 마에다 유키코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이다. 본 실험을 직접적으로 이끈 건 가토 중좌인데, 인간에게 나진을 주입해 탄저균을 주입하는 실험을 통해 만주에서 해왔던 크리처 실험을 경성에서 한 획을 긋는다. 이들은 자국의 전세가 꺽이는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크리처를 전쟁무기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탄저균 주입을 통해 성공적으로 크리처의 진화를 절정으로 이끌게 되면서, 가토 중좌는 자신의 실험에 매우 만족한다. 하지만 크리처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질소 가스와 불과 햇빛이었다. 이는 앞서 실패한 여러 실험을 통해서 인간형/괴수형으로 나누어지는 크리처가 공유하고 있는 약점이었다. 크리처를 제어하기 위해 살투를 벌이던 중, 실험실 안의 1부대는 소멸하고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모티브로 하는 교육에 들어가지만, 그것을 위해 죽어나가는 건 대한민국의 죄 없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옹성 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보여주는 생체실험의 실태와 그저 배가 고파 감옥 안에 놓여있는 찹쌀떡을 먹고 목이 체할 껄 대비해 나진을 넣은 물을 먹게 하는 인간의 심리가 가미된 장면은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인간형 크리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크리처가 보여주는 시대상

드라마의 배경으로 하고 있는 1945년 봄 대한민국은 일본의 힘이 점차 무너지고 있을 시기였을 것이다. 정확히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대한 독립 만세'를 길거리로 뛰쳐나와 외치며, 독립을 거머쥔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근 30년간 이어진 일본 제국의 통치는 앞으로 3000년은 기리기리 남을 아픔을 남겼다. 경성 크리처는 단편적으로 일본 제국이 취했던 끔찍한 만행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크리처라는 괴물을 통해 그들의 잔인성과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일제강점기 하에 오직 애국인들만을 생각해 봤던 나에게 장태상이라는 인물의 존재와 그의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신선했다는 것이다. 보통 일제강점기를 생각하면,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받쳐 일본 군대에 저항했던 유관순, 안창호 등의 위대한 인물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난 인물인 장태상은 자신이 눈을 떠 세상을 봤을 때는 이미 대한민국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의해 지배당한 상태였고 그는 그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이 애국단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조국을 배신한다고 볼 수도 있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자신들과 같은 신념이 없는 장태상을 파렴치한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옹성 병원 지하실에서 마주한 일제의 잔인성과 그로 인하여 인간 대 인간으로 장태상이 느꼈던 회의감으로 말미암아, 대한 독립의 열정보다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이 개인적인 이익을 중점으로 하는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에 좀 더 나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는 최근 프랑스 뉴스에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실수라면 실수랄 수 있지만 일장기를 연상하는 그래픽이 노출되어 많은 논란이 있는 것에서 느낀 나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다. 제국주의 시대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의해 핍박을 받고 역사 속에서 오롯이 자국의 것을 빼앗기기만 하는 모습 속에서도 제국주의의 주 나라였던 국가는 그것에 대해 다음 세대가 갖는 인식은 같을 수 없다는 것과 모든 사람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신념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독립을 위해 애썼던 사람들도 결국 일본의 고된 심문에서는 자신이 살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불 수밖에 없었듯이 말이다. 드라마 안에서 나월댁은 고된 심문에 너무 힘들어 발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설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고 했듯이, 사람의 신념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절대 변하지 않는 신념이 없는 것이란 점이 내가 깨달은 바이다.